그녀는 어느 때고 눈에 띄었다. 거리를 걷는 다양한 빛깔의 인파 속에서도, 눈이 부시도록 선명한 색은 드물었으니까. 그녀는 유명인사였다. 그리 오래지 않아 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 존재를 알았다. 거니는 모습을 목격한 아줌마들은 동정의 시선을 발그스름한 볼에 치댔고, 나풀거리는 선홍빛 머리칼을 좇는 어린애는 순진한 선망을 그림자마냥 흘리곤 했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특별한 사람은 아니었다.
'근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Artificial Floral Individual, 통칭 화인이 개발된 지 10여 년째. 개발 당시의 낮은 발생확률은 여러 바이오벤처업체의 유입으로 획기적인 발전을 거듭해왔습니다. 가격 면에서도 대중화에도 성공해 불임부부들과 싱글족들에게 기존의 반려동물을 넘어선 유대와 만족감을…….'
'농림수산식품부에 등록된 화인의 개체수가 500만을 넘어섰습니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숫자인데요. 하지만 화인(花人)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그들의 '인격'에 대한 의문이 끊임 없이 제기되었으며, 동물과 식물 중 어느 쪽에 분류해야 할 지도 격렬한 논의 중에 있습니다. 한편 불법 파종되어 길거리를 떠도는 미등록화인 또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어…….'
'최근 한 자선단체에서 독거노인들에게 화인 모종을 지급하여 화제가…….'
멀리서는 알지 못했지만 그녀가 걸친 것들은 너절했다. 운 좋은 '야생화'들이 겪듯 어느 마음씨 좋은 여인이 맨몸의 그녀에게 헌옷을 입혀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가전마트 앞에서 티비를 보는 척 흘끔거리다, 눈이 마주쳤다.
"뭘봐?"
말투가 거리의 불량배와 다를 바 없었다―말투뿐만이 아니려나? 그녀는 얼간이, 하고 중얼거리더니 빨간 비옷을 벗어 떠넘겼다. 쏘아보는 시선이 따가워, 얼결에 그것을 받아 걸쳤다. 한낮의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임을 감안해도, 나야말로 헐벗은 상태였던 것이다. 서투르게 똑딱이를 다 채우고 인사를 하자, 들리지 않는 양 뒤돌아 가버렸다. 일주일 전의 일이다. 지금은 혼자 비를 맞으며 꽃을 보고 있다. 우비 자락이 바스락 소리를 낸다. 손가락 끝에 닿은 꽃잎은 평범하다. 우산을 쓴 사람들이 내 웅크리고 앉은 뒤를 스쳤다. 가끔씩 고인 물이 찰박찰박 튀어오른다.
아마 장마라는 것 같다. 나는 일어섰다.
찰박찰박 물을 튀기며 걸어간다. 발을 둘러싼 감촉이 시원하다. 기분 좋다. 요즘의 비는 더럽다는 말들을 들었지만, 그런 건 예전의 비를 맞아보지 않았으니 알 도리가 없다. 그녀는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있을 것이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계속 걸었다. 공기가 축축하고 어둡다. 큰 거리에는 여느 때처럼 사람이 많았지만, 이쪽은 조금 달랐다. 초등학교의 교문을 지나치다, 뒷걸음질 쳤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가는 것은 아니고, 부나방처럼 눈에 익은 색을 향해 걷는다. 여기도 화단이다.
하얀 원피스가 비에 젖어 달라붙어 늘어져 있다. 대조적으로 물을 머금지 못하는 머리카락을 따라 구슬이 굴러 떨어졌다. 화인은 기업상 비밀이라는 특수물질로 구성된다던데, 역시 그런 건 잘 모르겠지만 그 신체가 물과 반발한다는 것은 안다. 다섯 발짝 정도 떨어진 부근에 닿기 무섭게 그녀가 돌아본다. 뭐야 얼간이, 라니. 아무래도 그런 닉네임으로 기억된 모양이다.
"꽃구경 왔어."
안 믿는구나. 별 수 없이 그저 웃고는, 빗방울을 연신 견디며 선 봉숭아를 보았다. 짙다란 분홍빛이 만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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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습작용 소품인데도 하루동안 못 쓰다니...
- 2012/01/19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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